기본의학교육의 표준화와 선진화를 목표로 <연구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평가체계>를 위해 매진하고 계신 의평원 모든 위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평가인증제도는 대학의 자체평가연구 과정에 규율과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대학 스스로가 진정한 발전을 위해 숙고하도록 이끄는 데 본질적인 의의가 있습니다. 평가인증을 준비하며 진행했던 우리 대학의 자체평가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의평원에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점을 둔 평가를 제안합니다.

"네가 저녁에 수확한 것으로 하루를 판단하지 마라. 네가 뿌린 씨로 하루를 판단하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의평원이 제시하는 평가항목 및 지표를 새로운 교육과정 및 정책의 평가에 적용할 때는 결과보다 과정을 잘 평가할 수 있도록 수정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의 실제적인 효과가 가시화 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근시안적인 성과에 집착해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우리가 제대로 씨를 뿌리고 있는지, 즉 목적, 계획, 실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올바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평가 및 점검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 도입되는 교육과정 및 제도의 평가에서는 과정을 평가하는 항목, 즉 CIPP 모형 평가도구의 product보다는 context, input, process 부분에 해당하는 평가항목 및 지표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전체적·구조적 접근을 가능케 하는 평가항목의 개발을 제안합니다.

평가 대학들이 자체평가연구를 9개 영역에 따라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전체적·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평가항목의 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평원은 ASK2019 평가체계의 구조에서 각 영역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교육목적과 졸업역량을 포함한 교육사명 체계(1영역)를 달성하기에 현재의 교육과정(2영역)과 학생 평가(3영역)가 적절한지, 또한 이 전반적인 교육의 과정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교육평가 체제(7영역)가 잘 갖추어져 있는지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평가의 방향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의평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9개 영역의 개별 평가항목 외에도 각 영역의 유기적 연관과 구조적 접근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평가 항목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높은 지향을 추구하는 보다 확장된 평가 기준을 제안합니다.

전체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해, 일부 평가영역에 있어서는 현재 기준보다 높은 지향을 추구하는 보다 확장된 평가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우수 기준의 형식으로 추가 제시되어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평가항목의 최소기준만을 제시하려는 의평원의 입장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기준을 요구함으로써 이것이 오히려 전체 대학의 다양한 발전 방향을 제한할 우려가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를 예측해 사회가 이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일 역시 대학의 몫입니다. 이러한 일은 다음 세대를 책임질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과정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은 올바른 교육과정의 운영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합니다. 의과대학은 교육 사명 외에도 의료시스템의 미래지향적 목표를 제시하고, 의료의 사회책무성 실현을 위해 활동 영역의 지평을 넓혀야 합니다.

평가체계의 적절성만으로는 개별 대학의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졸업 후 교육과 평생교육 등 의사양성 교육의 전단계로 평가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평원의 초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평가의 철학>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의평원만의 고유하고 깊이 있는 <평가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의학교육의 안정된 혁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