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COVID-19의 pandemic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삶은 제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어떤 의미가 있고, 우리 삶의 형태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피상적이나마 식상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접하였다, 여기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앞으로 대학교육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특히 의과대학교육 그리고 의사로서의 삶의 지혜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에 천착하여야 할까 하는 문제에 원론적이고 총괄적인 몇 가지를 제시하겠다. 다만 이 내용은 다분히 개인적 의견임을 밝혀둔다.
한 국가가 세계적인 대학을 몇 개 보유하고 있나, 하는 것은 그 나라의 미래이며 국가의 운명을 예측하는 척도가 된다. 대학은 응축된 힘으로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향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대학의 책무이자 교육의 방향이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오늘의 인류라고 할 수 있는 homo sapiens sapiens를 초월하여 인공지능과 협업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류 즉 homo cooperatio의 삶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것 역시 대학교육이 변하여야 하는 또 다른 당위성이다.
교육의 방향을 일괄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위험한 일이지만 대학교육의 역할에 대하여 개인적인 견해를 몇 가지 간추려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교육은 오랜 경험과 상호작용 속에 축적되고, 숨겨진 지식의 충실한 전달자 역할을 하여야 한다. 명시적인 지식은 대량 온라인(online) 공개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 : MOOC)를 통해서 학생들 스스로가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향후 세대는 평생 4~5번 정도 직업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배우는 방법(how to learn)”이다. 대학은 이것을 가르쳐야 한다.
셋째, 오늘의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밑그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넷째, 대학교육의 학습 환경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시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도록 하여야 한다.
모든 대학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대학들은 무엇에 집중할까 하는 문제의식 속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며 이는 대학교육이 옳은 방향을 찾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첫째, 인공지능이다(AI). 앞으로 100년은 인공지능에서 앞서가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둘째, AI 교육이 대학의 모든 학과, 모든 교육과정에 스며들어야 하고, 대학생은 영어 구사능력과 data 분석 능력으로 무장하여야 한다.
셋째, 학생들이 “나는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을 육성해야 한다.
넷째, ‘지식과 지혜를 겸비한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오늘의 대학생들이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중요하고 필요한 실천적 철학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의학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의·과학의 발전은 한계가 있고, 목표점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발전을 추구하여야 한다. 더욱이 이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발전의 틀을 마련하여야 하며 그 중심에 의과대학에서의 교육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의학교육 발전을 논할 때 흔히들 교육 시스템의 발전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물론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내용의 대전환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한다. 의과대학에서의 교육은 일반대학의 교육내용이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연계되듯이 변화의 물결과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COVID-19의 창궐에도 불구하고 외국과는 달리 우리 스스로는 백신을 생산하지 못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백신 생산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취약한 이유는 지난 세월의 교육과정에서 ‘창의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먼 주입식 교육을 받아 왔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필수적인 의학 지식에는 숙명적으로 몰입하여 왔지만, 그 지식을 폭넓게 이해하여 주변으로부터 지혜를 터득할 능력이 결여되었던 것이다. 의학교육 과정의 방대한 학습량을 습득하는 과정의 버거움이 있지만 시대의 변화는 더 이상 이런 형식의 교육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극복하고 새롭게 획득한 유익함을 현대의학에 접목하여 발전을 추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의학교육에 깊숙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의학교육의 변화는 우리나라 전체 대학교육의 변화와 궤를 맞추어야 한다.
의학교육의 변화는 미래에 계획된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하여야 하는 일이다.
의학교육은 제4차 산업혁명의 창조물인 인공지능이 교육의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한다.
의학교육은 순수한 의학교육의 범주를 뛰어넘어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여 국가 사회와 국민을 위기에서 구해 낼 수 있고, 의학과 의료를 지켜낼 수 있는 다양성 있는 지혜를 교육하여야 한다.
의과대학에서 인공지능 교육의 부재는 미래 의료가 인공지능에 종속되고 인공지능 의사(AI doctor)와 하인(servant)으로 전락한 인간의사(human doctor)의 관계까지를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 전 학년에 걸쳐 AI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AI의 algorithm을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의사를 배출하여야 한다.
이제는 의학교육이 의학이라는 전문지식의 축적만으로는 사회에서 필요한 현명한 의사를 배출할 수 없다. 의학적 지식의 축적은 물론이고 사회의 지도자 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의 상황을 예로 든다면 COVID-19의 창궐과 같은 상황에서 의사로서의 구호 및 치료 활동은 물론이거니와 국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할까, 병원의 경영적인 문제에는 어떤 현명함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능력을 갖춘 의사이면서 국민들과 환자들로부터 신망받는 의사가 더욱 필요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것이 의학교육의 화두라고 생각한다.
우주의 만물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후학들을 위한 노력과 공덕을 쌓는 것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