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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 Serve Lead 2023:
AAMC Annual Meeting 참석 후기

기획위원회 전략기획팀

안녕하세요, 저는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에서 일하고 있는 기획위원회 박송이 입니다. 8월부터 국외연수로 미국 LA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마침 AAMC(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의 2023년 연례 회의가 가까운 Seattle에서 11월 3일부터 7일까지 열려 다녀와 소식을 전해봅니다. AAMC는 미국 내 의과대학, 교육 병원, 학술 단체 등으로 구성된 의학 교육, 의료 서비스, 의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 전문가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로 ‘미국 의과대학 협회’ 정도로 번역될 것 같습니다.

▲ 공식 학회장 Seattle Convention Center

AAMC의 연례 회의는 이름 그대로 학회(conference)보다는 모임(meeting)에 더 가까웠습니다. 155개의 미국 의과대학들이 모여 각 학교의 온갖 문제와 어려움을 공유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참석자 모두에게 허용된 프로그램도 많았지만, 그 수만큼 사전 확인된 참석자만 입장 가능한 각 지역의 의과대학 모임(alumni reception)부터 및 다양한 위원회(committee) 회의도 많았습니다. 프로그램은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되어 저녁 6시 30분까지 빽빽하게 진행되었는데, 의과대학들이 1년치 회의를 5일 동안 몰아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저는 Learn Serve Lead가 올해 모임의 주제인지 알았습니다. ‘배우고,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의료 서비스를 이끌자’ 정도로 혼자 해석하고는 ‘모임의 주제 치고는 너무 광범위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Learn Serve Lead’는 AAMC의 핵심 가치이자 미션이었습니다. 이 모임의 프로그램 구성은 여느 국제 학회처럼 그 해의 주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재 미국 의과대학들의 고민을 담고 있는 무척 현실적인 주제들로 프로그램들이 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취약 지역에 어떻게 의사를 유치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Answering America’s Call: Successful Strategies for Rural Physician Workforce Development (11월 6일 1:15 PM ~ 2:30 PM)과 미국의 총기 사고 논의에 이제는 의과대학도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A Public Health Crisis: Gun Violence and How Academic Medicine Can Make a Difference (11월 4일, 1:15 PM~ 2:30 PM)는 정말 현장에서 출발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의과대학에서 학생 평가와 의사 면허 시험은 미국도 어쩔 수 없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Transition to Pass/Fail Scoring for Medical Licensure Exams: A Collaborative Research Agenda (11월 4일 10:30 AM~11:45 AM)과, Pass-Fail in Clerkships: Too Soon, Too Late, or Just Right? (11월 6일, 10:30 AM~11:45 AM) 등의 Pass/Fail 관련 주제는 강의실에 빈자리가 없어 복도에 앉아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쉬는 시간을 넘겨 서까지 거침없는 질문을 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 질문을 하기 위한 줄이 길어 놀랐고,
너무 솔직하게 성토하는 모습에 또 놀랐습니다.

역시 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이번에 first generation medical student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단어는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의과대학 학생을 부르는 용어였습니다. 한 의과대학 학생의 설문조사 포스터를 보니, first generation medical student들은 전체 의과대학 정원의 12% 정도를 차지하며 이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와 진로를 도와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에도 분명 first generation medical student가 있을 텐데, 도대체 미국은 이런 용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궁금하던 차에, 의과대학의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한 교수님과 대화에서 그 배경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의과대학 평가인증은 학생 선발에 민감해 점점 많은 의과대학들이 다양한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면서 등장하게 된 용어였던 것입니다. 의과대학 평가인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였습니다.

AAMC는 첫 참석이라 제 눈에는 많은 것들이 새로웠지만, 동시에 사람 사는 곳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어느 곳에서나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우리보다 땅도 크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의과대학도 많아서 그런지 고민거리가 우리보다 10배는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미국 의과대학의 현재 고민들이 결국 우리 나라가 아직 고민이라 부르지 않는 것들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의과대학들이 이런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미국 의과대학의 한국계 교수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첫 참석자를 세심하게 챙겨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