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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완성은 평가다

- 김영창 前 의평원장 인터뷰 -

기획위원회 커뮤니케이션팀

의대 증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평원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의과대학, 정부, 의료계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제각각이다. 커뮤니케이션팀은 김영창 전 의평원장님 (순천향대 명예교수)과의 만남을 가지고 여러 가지 말씀을 들어보았다.

김영창 순천향대 명예교수

▲ 김영창 순천향대 명예교수

Q1.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을 하시면서 어떤 일이 기억에 남으십니까?

A. 2016년부터 2019년, 2019년부터 22년까지 5기, 6기에 걸쳐 원장을 했네요. 생각해 보면 제 임기동안 큰 일들, 역사적인 일들이 있었습니다. 2016년 평가인증 의무화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개정 고등교육법이 통과되었고, 이 법에 따라 2018년 서남의대가 폐교가 되었죠. 제가 원장을 할 때였는데 부실교육을 방지하고 이 일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도 많은 논의를 했었죠. 일부에서는 이때의 일로 의평원의 이미지를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의평원이 서남의대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서남의대의 자체적인 역량이 부족하고 법적인 조항까지 생기면서 결국에는 폐교가 되었습니다. 평가인증의 의무화로 생긴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큰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2017년 6월에 3박 4일 동안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LCME (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 판정위원회에 참석했던 일입니다. 미국의 LCME가 의과대학을 실제로 어떻게 판정하는가를 볼 수 있는 기회였죠.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학의 평가인증 자료를 가지고 판정위원들이 평가하는데, 말로만 듣던 미국의 평가인증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죠. 돌아와서는 배운 것을 이용해서 의평원에 새로 도입한 것이 많이 있었고 그러한 경험이 한국의 평가체계를 탄탄하게 발전하게 했던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2018년에 두바이에서 국내 한의과대학을 세계의과대학명부(The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WDMS)에서 삭제하는 것을 논의하는 세계의학교육협회(WFME) 시니어 어드바이저리 위원회 회의가 열렸는데, 이 회의에 참석해서 한의과대학 교육에 대한 내용을 말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현황을 설명했고, 2019년 초에 WDMS에서 우리나라 두 개 한의과대학이 삭제되었습니다.

Q2. 우리나라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평가하신다면?

A. 우리나라의 평가인증 체제를 보면, 기본의학교육 단계의 평가인증 제도는 운영이 잘되고 있지만, 반면에 선진국에 비해서 졸업후교육(graduate medical education, GME)과 평생교육에 대한 평가인증제도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수월성 확보를 통해서 훌륭한 의사를 양성하여 국민의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책무성을 위해 의평원이 설립되었습니다. 설립될 당시에는 기본의학뿐만 아니라, 졸업후와 평생교육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평원은 평가를 통해서 의학교육의 표준화, 선진화, 국제화를 이루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전임 원장님들의 노력과 대학의 협조에 힘입어 교육부 인정뿐만 아니라 WFME로부터도 국제적인 평가인증 기관으로 인정을 받음으로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동안 몇몇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 대학의 평가인증 자문에 응함으로써 의평원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꼈고,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에 따라 의평원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제도와 운영 측면에 충실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부 규정을 검토하고 서로 상충되거나 보완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개정하고 체계화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죠.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첫째는 평가의 신뢰성,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GME도 표준화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평가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평가의 타당성을 위해서 그동안 많은 보완이 있어 왔지만 아직도 평가기준 해석에 대해서 혼란이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자구 수정과 해설을 추가해 왔지만,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국 LCME의 평가기준 형식도 고려해 봄직합니다.

Q3. 원장을 마치고 임기 중에 하지 못해 아쉬운 일이 있으시다면?

A. 아쉬운 일이 있다면 바로 GME 평가에 관한 것인데 우리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2019년에 GME 주제로 개최된 WFME 총회 때 우리나라에 GME 평가인증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에 여러 나라 의학교육 관계자들이 놀라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BME는 잘 되어 있는데 GME 평가는 인증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었죠. 사실, WFME 총회를 계기로 GME에 대한 교육과 평가시스템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계속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의학교육과 평가인증의 발전을 위해서는 평가전문기관인 의평원이 역사적인 소명을 가지고 BME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GME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하는 거죠.

Q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A. 평가원이 대학으로부터 ‘너무 앞서간다, 권위적이다, 고압적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원장을 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의평원이 대학보다 50보 앞서갔다면, 지금부터는 10보로 대학과의 간격을 줄여서 가자, 그리고 신뢰성,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었어요.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대학이 의평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하는 거죠. 의학교육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대학을 도와준다는 마인드로 의평원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의정 사태를 보면서 단순한 의사 증원이 필수의료를 살리고 지역의료를 살리는 필수조건인가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마치 마법의 탄환인 것처럼 의대 학생 증원만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을 하는데 과연 그럴까 의구심이 듭니다. 예를 들면, 기존 인원의 100% 이상 증원했을 때, 졸업생을 교육병원에서 모두 수용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고 이러다 보면 지역의료 활성화 명분이 사라지고 또한 그 인원이 모두 필수의료를 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답답한 생각이 듭니다.
의대 증원에 따라 의평원은 주요변화계획서 심사를 하겠지요. ‘원칙대로 하겠다’는 의평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고민이 많을 것으로 봅니다. 이 과정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정부의 영향이 걱정됩니다. 제가 본 책 중에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는 제목이 기억납니다. 바라건대 의학교육 수월성 담보를 위한 평가인증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교육의 완성은 평가인데 평가가 무너지면 결국에는 의학교육이 망가지지 않겠습니까?

온라인 인터뷰 장면

▲ 온라인 인터뷰 장면

  • ▪인터뷰이:
    (우하단) 김영창 前 의평원장
  • ▪인터뷰어:
    커뮤니케이션팀 (우상단) 채수진 팀장, (좌상단) 오희진 위원,
    (좌하단) 박소연 위원

후기: 인터뷰를 마치고 김영창 원장님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인터뷰 때 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의평원 사무국 오선민 대리 결혼식에서 주례 선 일이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원고에 넣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를 여러 번 섰지만 의평원 직원의 주례를 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는데, 의평원 사무국 오선민 대리의 주례 부탁을 받고 너무 기뻤다고 하셨다. 가볍지 않은 내용으로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늦은 시간까지 답변을 해주신 김영창 전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