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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및
평가인증 시스템 벤치마킹을 마치고

김영민 졸업후교육위원(가톨릭의대)

필자는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 의과학교육석사(MHSED)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를 취득한 후 9월부터 12월까지 캐나다 해밀턴에 있는 맥마스터 대학교 MERIT의학교육연구센터에 방문교수로 단기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연수의 주 목적은 맥마스터 의과대학 교육과 의학교육연구시스템을 벤치마킹하면서 더불어 캐나다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 및 평가인증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수 중 의평원의 지원을 받아 10월 헬리팍스에서 개최된 국제전공의교육학회(이하 ICRE)에 참석해 전공의 수련 및 평가인증의 최신 국제 동향을 파악하였고, 11월 오타와대학 수련프로그램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이하 CBME) 전문가들을 인터뷰하였고 최근 그 결과보고서를 의평원에 제출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보고서에 담지 못한 벤치마킹의 계기와 보고서에 자세히 기술한 캐나다 국가 단위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 및 평가인증시스템 변혁 프로젝트 추진 현황, 그리고 이번 벤치마킹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필자가 생각해본 국가 단위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 및 평가인증시스템 변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들을 요약, 정리해 보았습니다.

캐나다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벤치마킹의 계기 필자가 캐나다 보건의료전문직교육 및 전공의 수련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몇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CBME 특히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에 대해 알고 싶었던 필자는 2019년 11월 대한의사협회 초청으로 방문한 국제 CBME 협력자그룹 창립 멤버이자 캐나다 오타와대학 의학교육혁신센터장인 Dr. Jason Frank가 진행한 CBME 심화과정 워크숍에 참가한 후 캐나다왕립전문의학회(이하 RCPSC)가 개발하여 실행하고 있는 국가 단위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모델인 Competence by Design (이하 CBD)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인연을 계기로 RCPSC CBD 프로젝트와 캐나다 응급의학회 CBD 실행 프로젝트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응급의학 임상교육자(clinician educator)인 맥마스터 대학교 MERIT센터장 Dr. Jonathan Sherbino와 교수개발센터장 Dr. Teresa Chan을 알게 되었고, 그 들 모두 응급의학 임상교육자이자 의학교육연구자, 그리고 의학교육 리더로서 필자에게 좋은 롤모델과 의학교육 멘토가 될 수 있는 분들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비록 의료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캐나다는 인구가 4천만 정도이고 매년 2700명의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배출되며 15000명의 전공의/전임의가 수련을 받고 있어 교육생 규모면에서 비교적 우리와 유사하기에 캐나다의 혁신적인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시스템을 배우기 위한 벤치마킹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 및 평가인증 시스템 변혁 프로젝트 추진 현황 RCPSC는 1996년 캐나다 전문의가 갖추어야 할 공통역량을 CanMEDS로 정리해 처음 공표한 후 주기적으로 개정해오다 2010년부터 여러 유관단체들과 협력해 전공의 수련조직을 재정비하면서 CBD를 공동 개발하고 실행을 준비하였습니다. 대규모의 시스템적 변화이기에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원칙들이 적용되었고 다양한 전략들이 수립되었습니다. 실행 전략 중 하나로 2012년 ICRE라는 새로운 학술행사를 만들어 졸업후의학교육(이하 PGME)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이 모여 공부하고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였고, CBD 실행 관련 자료들을 여러 임상교육 전문가들이 공동 개발하여 캐나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의학교육자들을 위해 대부분 공개하였습니다. 2015년 CBD실행을 위해 CanMEDS를 새롭게 개정하였고, 2017년 마취과와 이비인후과 수련프로그램에 CBD를 처음으로 실행하기 시작하여 2023년까지 총 53개 전공의 및 전임의 수련프로그램에 단계적으로 확대 실행되었습니다. 필자가 주로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은 맥마스터 대학과 오타와대학 응급의학 CBD 프로그램이었는데 두 프로그램 모두 2018년에 두번째 코호트로 실행을 시작하여 필자가 방문한 2023년에 새로운 수련프로그램을 수료한 첫번째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현장에서 실무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CBD 실행 초기부터 각 프로그램의 지도전문의 및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설계한 다각적인 프로그램 평가가 동시에 진행되어 왔는데, 2023년에는 여러 학술행사와 CBME 리더 모임을 통해 그동안 실행된 CBD의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을 활발히 논의하면서 CBD에 대한 개정 프로젝트인 CBD 2.0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다양한 관련 학술행사들에 참여하여 다양한 임상교육자들과 교육생들과 만나면서 수련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CBD는 국가 단위로 CBME 이론과 개념을 전공의 수련에 적용한 대규모 시스템 변혁사례로 CBME의 5대 핵심 구성요소가 적용되었고, EPA 평가를 포함한 계획적 평가(programmatic assessment)가 시도된 점과 현장 피드백의 향상되고 수련 시간의 가변성으로 수련 만족도와 생산성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실행으로 전문학회 간 실행충실도나 완결성 정도가 다양하였고, 평가 업무의 증가로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건강과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고 지도전문의들도 평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또한 10여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그램 참여자들 간의 CBME 관련 공통언어 차이가 존재하는 등의 문제점이 수련현장에서는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CBD 2.0은 사회적 책무성은 유지하면서도 프로그램별 유연성(flexibility)을 보장하기 위해 평가인증 요구사항을 조정하고, 지도전문의 및 전공의의 평가 부담을 경감하면서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즉, 코칭을 강화하며, 저부담 평가 자료들을 근거로 역량위원회(competence committee)가 각 전공의 역량 성취여부와 진급 및 재교육을 집단의사결정하는 방식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RCPSC는 CBD 실행과 더불어 두 전공의 수련단체와 컨소시엄을 결성해 새로운 평가인증시스템인 Canadian Excellence in Residency Accreditation(CanERA)를 개발해 2019년부터 적용해 오고 있었습니다. CanERA는 이전 평가인증 시스템의 장점을 보존하고, 평가인증 심사 절차에서 현장 측면과 전공의 의견을 반영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통합 등은 유지하면서 다음과 같은 10가지 변화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1) 성과를 강조하되 유연성을 허용하는 새로운 기준; 2) 요구사항 충족 수준을 평가하고 혁신을 권장하는 새로운 평가 프레임워크; 3) 기관 자체심사 강화; 4) 새로운 판정 범주와 기준; 5) 8년 주기와 자료 통합; 6) 강화된 평가인증 심사; 7) 디지털 인증 관리시스템(CanAMS)의 도입; 8) 학습 환경에 대한 강조; 9) 지속적인 개선에 대한 강조; 10) 프로그램 평가와 연구.필자는 벤치마킹의 일환으로 참가하였던 ICRE 2023에서 전공의 수련 평가인증에 관한 흥미로운 워크숍에 참여하였는데, 오타와대학 산부인과 수련프로그램이 평가인증 결과 인증철회의향(Intent to Withdraw) 통보를 받고 개선한 경험을 공유한 워크숍이었습니다. 2019년 4월 RCPSC는 오타와대학교 산부인과 수련프로그램에 인증철회의향을 통보했는데, 교육 및 학습 영역 요구사항(웰빙 증진을 통한 안전한 학습 환경, 임상교육자에 대한 정기 평가와 교육 계획)과 종합적인 교과과정 계획영역 요구사항(진료와 교육의 불균형)을 만족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습니다. 현장 심사 전공의 인터뷰에서 수술실에서 지도전문의가 전공의를 야단친 사례가 괴롭힘 사례로 판단되었고, 주간 전공의 교육집담회(Academic Half-Day)에 지도전문의 참석율이 저조했던 점과 교육 중간에 진료를 위해 전공의가 호출된 점 등이 인증철회의향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오타와대학 산부인과는 책임지도전문의를 교체하고 각 개선영역에 대해 다각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실행했고 2년 후 실시된 후속 외부 심사에서 완전 인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평가인증 대응사례를 통해 안전한 전공의 학습 환경과 교육자 질관리가 캐나다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평가인증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고, 역량바탕 수련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실행과 정착을 위해 적절한 평가인증 시스템이 함께 병행되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 시스템 변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들 좋은 토양에서 좋은 나무나 작물이 자라는 것과 같이 미래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좋은 의료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공의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환경과 생태계가 중요합니다. PGME는 임상 실무에 필요한 전문역량을 갖추고 지역사회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기르는 핵심적인 시기의 교육이기에 캐나다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 시기 수련 관련 비용의 국가적 지원 및 투자와 함께 수련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질관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비록 의료시스템이나 의학교육의 역사가 우리와 다른 선진국의 경험이지만 이번 벤치마킹을 통해 파악한 캐나다의 국가 단위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시스템 개편 및 실행 경험은 향후 전공의 수련의 대규모 시스템적 변혁이 필요한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전공의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교육생이 아닌 병원의 값싼 노동자로서 제대로 된 역량평가 없이 시간바탕 수련을 받고 전문의로 배출되고 있는 현재의 전공의 수련시스템을 역량바탕 수련시스템으로 변혁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다음과 같은 노력들을 필자는 보고서 말미에 기술하였습니다: 1) 공통역량 프레임워크의 확산; 2) 수련프로그램 필수인적자원(책임지도전문의, 수련전담 행정인력)에 대한 평가인증 기준 강화와 인건비 및 교육비용 국가 지원; 3) 전공의 수련시간 개선 및 수련 비용 국가 지원이 반영된 국가 주도의 새로운 역량바탕 임상수련의 제도부터 시작; 4)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전문학회가 함께 협력하여 우리 현실에 맞는 역량바탕 전공의 수련모델 및 교육자료의 공동 개발 및 단계적 실행; 5) 수련 질 관리 및 지속적 개선을 위해 의평원을 중심으로 수련기관 혹은 전문학회와 수련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인증 기준 및 전산시스템 개발. 이 같은 노력들이 임상교육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여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